초등 4학년 때인가 처음 컴퓨터를 만났다. 집에 있던 TV 나 라디오가 나오는 방송을 일방적으로 듣거나 보는 것이 전부였던 나에게 컴퓨터의 상호작용은 충격적이고 대단했다. 물론 그땐 DOS 베이스라 명령어를 통해 사칙연산 정도 하는 수준이었지만
그리고 대학교에 가서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막 자필 리포트가 컴퓨터로 친 프린트로 대체 되던 시기, 당구장보다 피시방이 더 많아지던 시기에 대학을 보낸 나는 데스크탑까지는 그리 어색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취업했다. 1인 1PC이긴 했지만 모두 데스크탑이였다. 외근직도 회사로 복귀해 페이퍼 워크를 했고, 해외 장기 출장이 잦은 해외영업팀만 3~4킬로 그램 정도 되는 탱크 같은 노트북을 가지고 다녔다. 근데 그 때는 아무리 벽돌 같아도 노트북이 그렇게 멋있어 보였다. 와씨 나도 노트북 주세요... 집에 쓰는 개인 컴퓨터도 데스크탑이였다. 사실 그땐 노트북으로 문서작성이나 인터넷 서핑이 하려고 데스크탑 2배 가격을 주고 사야 한다니 망설여졌다. 모니터도 작고 키보드도 붙어 있어서 뭔가 눈 나빠질 거 같고, 서브로 하나 있으면 좋을 거 같은데 그러기엔 너무 비싸고..
10년 지났다. 이제 회사에서도 신입사원에게 노트북을 지급한다. 그리고 그 10년 동안 나도 혼자 살며 이사도 다니고 하다 보니 어느새 데스크탑을 버리고 아주 싼 노트북을 쓴 적도 있었다. 흔해지니 노트북을 가지고 싶었던 욕망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중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맥북 병 젠장..
OS가 적응이 안 돼서 쓰지도 못하고 당근에 내놓더라도 사지 않고서는 도저히 고칠 수 없는 그 병.. 지인 중에 누가 쓰고 있거고 하면 코로나19 더 전염 속도가 빠르고 흑사병보다 치사율이 높은 그병..
난 결국 와이프 몰래 맥북을 사기 위해 쓰고 있던 태블릿을 중고로 팔고, 맥북 에어 M1을 샀다. 나는 그제야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맥북 말고 내가 산 맥북 air M1 장단점을 살펴본다.
1. 디자인이 깨끗하고, 만듦새가 좋다.
디자인은 호불호가 있다지만 맥북 디자인 구리다는 사람은 드물다. 디자인 완성도 높이려고 랜 포트나 HDMI 포트도 과감히 삭제하고, 기본적으로 피스나 나사를 많이 두지 않는 것에서 애플의 완벽주의를 엿볼 수 있지(물론 밑면에는 나사가 많이 보이지만) 그리고 좋은 물건이 가진 특징인데, 사실 맥북 에어가 공기처럼 가볍다는 뜻으로 만들었지만 알루미늄 바디만의 묵직함이 있다. 확실히 플라스틱보다 비중이 큰 재질에서 오는 단단함과 고급스러움이 좋다. 그리고 요즘 나온 맥북은 사이드뷰에서 측면 라인이 일직선 라이라 심심한 디자인인데, 내가 가진 맥북은 사선으로 점점 얇아지는 구조라 애플의 철학과 클래식이 아직 좀 남아 있다.(맥북 에어 첫 출시 잡스의 프리젠테이션 참조)
2. 가성비
맥북에어 m1은 구매 당시에도 굉장히 저렴하여 ‘애플의 실수'라고 불렸다. 쿠팡 할인가로 약 110만원에 구매했는데, 애플컴퓨터를 100만원대 초반에 맛보다니.. 삼성,엘지도 완전 가성비 모델 프리도스 아니면 이 정도 가격은 없다. 이 제품이 나왔을 때 사람들이 이제 맥북에어가 가장 가성비 좋다고 놀렸지만 후세대 모델에서는 다시 애플의 사악함이 묻어 나온 가격들로 출시 되고 있다(현재 모델은 약 170정도 줘야 산다.. 프로 아니고 에어인데) 애플 제품 대부분이 그렇긴 한데 타 제품에 비해 감가를 덜 맞는다. 심지어 가성비 모델인 맥북에어도 구매한지 3년 지났지만 80만원 정도에 거래가 된다.(사실 그래서 팔고 돈 더 보태서 air 15인치로 갈아 탈가 했지만 나 안 넘어 간다 애플 놈아, 그만 꼬셔 안 된다)
3.에어드롭
삼성 것도 이것저것 이제는 호환 잘 된다고 하지만, 나는 애플 에어드롭이 참 좋다. 나는 복잡한것도 싫어하고 언제 어디서나 내 데이터를 어떤 기기에서나 접근해야 하지도 않아 아이클라우드를 적극 사용하진 않는다. 다른 분들은 애플 기기 간 호환성이 미쳤다고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기능을 잘 쓰지도 않는다(느끼진 못하지만 공기처럼 애용하고 있을 수 있지만)
근데 그냥 에어드롭은 진짜 좋다. 블로그나 유튜브 창작활동 할 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찍고 에어드롭으로 바로 옮길 수 있는 게 너무 좋다. 회사 컴은 윈도우인데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옮기려면 회사 메신져나 pc 카톡으로 옮겨야 하는 번거롭고 귀찮다. 에어드롭 칭찬!
4. 배터리(type C to C)
회사 컴 hp인데 긴 회의(2시간반)후에는 바로 배터리가 0에 수렴한다. 또 저녁에 퇴근할 때 취침모드로 하고 아침에 오면 10%.. 근데 애플은 배터리도 돌았다;; 취침 모드면 2주 정도 충전 안 해도 된다. 간단한 영상, 문서 작업은 아침에 나가서 하루 종일 가지고 놀더라도 중간에 밥 안 줘도 된다. 이야 애플은 어떻게 이렇게 만들었지? 반대로 삼성/엘지는 머하냐.. 못해서 못하는 거냐 아니면 귀찮은 거냐.. 중간중간 계속 밥 줘야 하는 사용자 귀찮음 좀 헤아려줘
단점은 사실 별로 없다. 윈도 앱이나 프로그램 못 쓴다고 징징댈 수 있는데, 나는 회사 컴이 따로 있다. 그리고 회사 일 말고 개인적인 용무는 이걸로 다 된다. 그리고 이제 웬만한 프로그램이나 앱은 mac호환되게 2가지로 개발하잖나.. 굳이굳이 꼽자면 낮에는 윈도우, 밤에는 ios를 쓰니까 퇴근하고 오면 키 위치가 달라서 좀 헷갈리는 거?(한영 전환 하고 싶은데 집에 와서 우측 커멘드키를 엄청 갈기면 욕을 한다.., mac은 한영 전환키가 좌측 상단에 있음) 그리고 포트가 type C 2개 밖에 없다는 거?(HDMI ,USB포트 쓰려면 악세사리 사세요~, 악세사리 팔아서 빌딩 살 놈들..)
혹시 “아 나 맥북 사면 잘 쓸까?”라는 생각 중이라면 그냥 사라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 어차피 크리에이터 아니면 집에 컴으로 대단한 거 하는 것도 아니고, 남들 다 쓰는 거 한번 써보고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나도 사실 유튜브 보거나 웹서핑, 블로그 업로드 정도밖에 안 하지만 후회는 안 한다. 아까 말했듯이 값도 싸고 감가를 덜 맞고, 결정적으로 맥북 병은 사야만 씻은 듯이 나으니까.. 쾌유를 빈다.
맥북에어M1 내돈내산 후기 끝
#구매정보
멕북에어M1 258g(젤 싼거)
쿠팡, 2020년 10월, 113만원(애플은 에듀 할인 빼고는, 쿠팡이 젤 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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